▣위원장의 편지 

-MBC 선후배 여러분께 드리는 글-

“두려움 없이 꿋꿋하고 지혜롭게 나아가겠습니다”


노동조합이 MBC사수 총파업투쟁에 돌입한 지 벌써 3주째 접어들었습니다. 힘들고 외로운 싸움입니다. MBC의 독립성과 공정방송의 정신을 지키기 위해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피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선택이었습니다.


그 동안 노동조합은 정권의 부당한 탄압에 맞서, 단 하루의 영일(寧日)도 없었을 만큼 부단히 싸워왔습니다. 특히, 작년 8월 정권의 홍위병이라 할 8기 방송문화진흥회 출범 이후에 MBC 장악기도는 너무나 노골적이고 몰상식한 것이었습니다. 그 선두에 김우룡이라는 후안무치한 인사가 있었고, 이념의 사생아 뉴라이트 집단이 있었습니다. MBC의 위상과 자존심은 여지없이 짓밟혔습니다. 우리에겐 참으로 치욕스러운 시간이었고, 저희 조합원뿐만 아니라 MBC 구성원 모두는, 견디기 힘든 수모와 비애를 느꼈습니다. 이 번 싸움이 그 시간의 연장선에 서 있다는 사실을, 적어도 우리 모두는 알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은 인내하고 인내했습니다. 정권의 탄압에 맞서는 것 이상으로, MBC의 정신과 저력을 유지하는 길에 대해 깊게 고민했습니다. 급변하는 방송환경 속에서 회사의 현재와 미래를 진정으로 염려했습니다. 엄기영 사장 시절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비상경영안’에 합의했고, 8기 방문진의 부당한 공세에 대응해 노사공동의 ‘미래위원회’에 참여했습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일터인 공영방송 MBC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늘 비판과 책임을 공유하고자 했습니다. 선배님들도 그렇게 걸어왔던 길이고, 지금 그 전통 위에 후배들이 서 있습니다.


회사는 지금 위기입니다. 저희들이 파업을 해서가 아니라, 공영방송 MBC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무너질 절체절명의 순간이라서 위기입니다. 리더십은 무너졌고, 공조직은 뇌사상태에 빠졌습니다. 김재철 사장의 독단과 무모함, 그리고 뻔뻔스러움은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회사를 매도하고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지금껏 땀 흘려 일한 후배들을 ‘어서 자르라’고 당당히 말하고, 사장의 측근이 된 사람들은 충정어린 고언을 하는 동료들을, ‘익명(匿名)에 숨은 비겁한 자들’로 몰아갑니다. 솔직히, 당신들은 언제 기명(記名)으로 대의(大義)를 위해 혹은 회사를 위해 기꺼이 희생한 적이 있는가, 되묻고 싶습니다. 사람이 그럴 수는 없는 것입니다. 우리 안의 시시비비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라면, 그리고 그렇게 해서 얻고 잃는 것이 단 한 번뿐인 삶에서 대단한 것도 아니라면, 참으로 서글픈 일입니다.


김재철 사장이 말합니다. “황희만을 부사장으로 하는 건 인사권이다, 김우룡 고소는 내가 알아서 할 일이다, 대화를 하자고 세 번이나 했는데 노조가 거부한다”라고 말입니다.


황희만 윤혁 두 사람이 누구입니까?  김우룡이 정권의 구미에 맞게 MBC의 보도와 제작을 통제하기 위해 보낸 인사입니다. 자신이 시키는대로 하지 않는 엄기영 사장을 몰아내기 위해 밀어붙인 인사입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황희만 윤혁 두 사람 출근저지 투쟁을 했고, 3월 4일 ‘말 잘 듣는’ 김재철 사장은 사장실에 입성하기 위해 두 사람에 대한 부적격성을 인정하고 보직을 해임한 후 ‘특임이사’에 임명하는 정치적 사망선고를 내렸습니다. 당신 스스로 말입니다. 그리고 조합은 온갖 비난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위한 결단(이른 바 ‘3․4합의’)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한 달도 안 되어서 ‘부사장’에 승진 임명하면서 ‘노조는 보도본부장을 반대한 것이다’라는 궤변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이, 또 이른 바 ‘3․4합의’를 수긍했던 구성원들이 ‘정치적 무뇌아’는 아니잖습니까? 어느 선배의 비유처럼, 조삼모사(朝三暮四)에 키득거릴 만큼의 원숭이는 아니지 않습니까? 노동조합에 대한 기만이고, 자신의 실체에 대한 커밍아웃입니다.


김우룡에 대한 민,형사 소송 건은 거론할 필요도 없습니다. 김우룡의 발언으로, MBC 사장이 ‘큰집(청와대)에 불려가 조인트를 까였다’는 사실은 이미 사실처럼 간주되는 상황입니다. 이 문제를 87사번 선배들이 명쾌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대로 옮깁니다.

“신동아 4월호에 실린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의 발언은 김 사장도 인정했듯이, 공영방송 MBC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다. MBC 인사에 권력 상층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주장은 김 사장과 MBC의 명예와 관련된 것만은 아니다. 국민들은 그 진상에 대해 명확하고 투명하게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따라서 김 사장과 MBC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진상을 투명하게 드러내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차원에서 김 전 이사장에 대한 고소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는 MBC의 명예회복은 물론 MBC프로그램의 신뢰를 획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이다.”

예가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이동관 홍보수석은 사흘 만에 봉은사 명진 스님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습니다.


대화에 관해서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측의 문서가 세 차례 조합에 전달되었습니다. 저는 그것이 순전히 노무관리 차원의 절차였다고 단언합니다. 파업 이전에도 김재철 사장은, 일방적 광역화 추진, 문제적 인사들의 관계회사 임원 다수 선임, 그리고 즉흥적인 조직개편 등에 대한 조합의 지적과 요구에 대해 귀를 막은 채 요지부동이었습니다. 말만 앞 설 뿐,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는 술수만 부릴 뿐, 기본적으로 노사관계에 진정성이 없었습니다. 대화란 ‘해서는 안 될 일’을 일방적으로 ‘저질러 놓고’ 나서 ‘무조건 대화하자’, 그렇게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그것은 굴복의 강요에 다름 아닙니다. 스스로 약속을 파기하고 변명하기에 바쁜 김재철 사장을 저는 신뢰할 수 없습니다. 이미 공영방송 수장으로서 신뢰를 상실했습니다. ‘말’이 곧 언론입니다.


 MBC 선후배 여러분.

저희는 이 번 싸움이 저희들을 지키고, MBC를 지키고, 죽어가는 언론을 지키는 길임을 확신합니다. 갈수록 조합원들의 투쟁 열기는 더욱 뜨거워갑니다. 자기 확신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2주가 지났습니다. 조합원들의 투쟁을 성원하고, 격려하고, 염려해 주신, 많은 MBC 선후배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저희들은 두려움 없이, 꿋꿋하고, 지혜롭게,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이 번 총파업투쟁은 반드시 MBC역사의 자랑스러운 한 장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 위원장
이근행 올림

by MBC노동조합 2010.04.18 23:55
  • 국민 2010.04.19 00:37 ADDR EDIT/DEL REPLY

    국민이 지지합니다 MBC를 지켜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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