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 손으로 전해진 한 장의 서명지. 귀여운 이 꼬마 시청자는 조금은 수줍은 듯, 하지만 제법 어엿한 자세로 서명지를 번쩍 들어 보인다. 이 서명지는 지난 달 20일 조합 사무실에 이메일로 도착했다. 경북 포항에 사는 시청자 손경희 씨가 이웃 주민과 남편 회사 사람들을 모아 서명지를 한줄한줄 채워 보내준 것이다.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을 모았다는 손 씨는 ‘끝까지 힘을 내라’는 한 마디 당부를 남겼다. 그리고 미래의 열혈 시청자가 될 아들을 인증샷의 대표 모델로 아낌없이 세워주었다. 

MBC를 구하겠다는 100만 서명운동의 따뜻한 손길은 그렇게 전국 방방곡곡에서, 남녀와 노소를 가리지 않고 서울과 전국 19개 지부의 조합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공정방송의 기치를 내건 MBC 파업이 계절을 넘기면서도 굳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MBC 노조원들의 진정성을 믿는다’는 시민들의 응답 덕분이었다. ‘지금은 MBC를 보지 않지만 파업 이후에는 MBC만 보겠다’는 한 시청자의 사연은 1.7%의 안타까운 뉴스 시청률 참사를 견뎌낼 또 다른 힘이 되기도 했다.

김재철의 무자비한 징계 폭탄이 터져 나온 순간 시민들은 오히려 강하게 손을 맞잡았다. 길거리 서명대에는 폭우와 폭염에도 아랑곳없이 줄을 서가며 이름을 남기는 시민들이 늘어갔고, 온라인에서는 ‘이것밖에 못 채워 미안하다’는 시민들의 정성이 담긴 서명지가 속속 답지해 조합원들을 숙연하게 했다. 대전의 고3 수험생과 지리산의 농군 부부, 평택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3형제, 시골의 작은 식당 주인, 미국-독일의 교포와 유학생이 보내온 ‘김재철 퇴진 촉구 서명’은 공정방송 MBC의 독립운동을 연상시킬 만큼 넓고도 깊게 자리잡았다. ‘무한도전을 보고 싶다’, ‘제대로 된 뉴스를 보고 싶다’는 열망이 모여 공정방송 파괴의 주범인 김재철 사장 퇴진의 큰 물줄기를 이룬 것이다. MBC 정상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염원, 사측의 억압에 굴하지 않은 조합원들의 합치(合致)는 끝내 보수와 진보를 아우른 정치권에게도 거부할 수 없는 명령이 되었다. 앞으로도 100만 서명 운동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공정방송을 바로 세우기 위한 노력에는 끝이 있을 수 없다. 이제 시민들이 지켜낸 공정방송 MBC의 길을 곧게 이어갈 지엄한 과제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by MBC노동조합 2012.07.17 09:19
  • BlogIcon 손경희 2012.07.17 10:06 ADDR EDIT/DEL REPLY

    방금 트위터로 보고 깜짝 놀라서 접속했어요..ㅎ
    앗 깜짝이야..울아들 매스컴 탔네요..ㅋ

  • 시민 2012.07.17 18:52 ADDR EDIT/DEL REPLY

    뭐가 승리라는건지 알수가 없네요. 김재철퇴진을 내걸었는데 확정된거라고 있습니까? 그냥 두루뭉실하게 다음달 새로운방문진이사의 손에 달려있는건데 여야합의문에 김재철퇴진이라도 있는가요? 그동안 파업을 벌였던거에 대해 mbc노조에서 사과라도 했으면 좋겠네요. 그냥 입싹닦고 들어가면 mbc노조가 더 짜증날것같습니다.

  • BlogIcon 새로미 2012.07.18 01:52 ADDR EDIT/DEL REPLY

    MBC노조 여러분의 복귀에도 김재철이 MBC를 완전히 떠나기 전까진 개인적으로 MBC 방송은 계속 볼 수 없을 거 같습니다... 노조분들 복귀 선언 이후 이미 벌어지고 있는 그 집단들의 더욱 부당하고 악랄한 행태에 그저 마음이 너무나 아플 뿐입니다... 김재철과 그 일당이 쫒겨나고 공정하게 선임된 사장이 다시 임명되는 날까지, 끝까지 독하게 버티고 투쟁하셔서 꼭 공정방송 만들어 주세요... 그 날까지 응원하고 지지하겠습니다... 파이팅!!!

“지금 바로 이 순간의 소중함을 자각했습니다” 

언젠가부터 ‘파블로프의 개’처럼 조건반사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김재철’ 류의 특정 단어만 들어도 분노가 치밀고, 한숨이 나오고, 때론 눈물이 울컥했다. 강도는 매번 달랐으나 파업이 길어지면서 패턴화 되었고, 주기적으로 강하게 발현되었다. 파업 160일 째. 정신적 피로는 극한을 치닫고 있었다.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았다. 휴식이 필요했다. 떠나고 싶었다. 조합에서 템플스테이를 한다는 말에 주저 없이 짐을 꾸렸다. 

언제 비가 왔냐는 듯 쾌청한 날씨였다. 충남 공주의 마곡사. 앉은뱅이가 100일 기도 후 걸어 나갔다는 영험한 전설이 내려오는 절이라는데, 그 보다는 하루라도 산속에 고요히 머물고 싶은 마음뿐 이었다. 얼른 혼자 빠져나가 책 한 권 들고 나무그늘이나 찾고 싶었다. 무리를 이탈해 산책을 했다. 계곡을 따라 걸으며, 새파란 하늘과 눈부시게 푸른 숲을 실컷 부러워했다. 

한참을 걸었지만 여전히 생각은 산란하고 복잡했다. 결국 발걸음을 돌려 ‘참선’이란 걸 해보기로 했다. 인공조명을 꺼 대낮에도 어둠이 가볍게 내려앉은 선방에 빈자리를 찾아 기어들어갔다. 남들처럼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았다. 일감스님의 말씀에 따라 선방에 울려 퍼지는 종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사라져가는 소리의 끝을 놓치지 않으려 집중했다. 종소리가 반복 될수록 그 맑은 파장이 생각과 생각 사이를 관통했다. 소리의 꼭짓점마저 사라진 짧은 정적의 순간, 거짓말처럼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보다 고요할 수는 없었다.

스님이 일깨워준 ‘안행(雁行)’의 의미

일감스님은 마음을 치유하는 법에 대해 말씀하셨다.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을 배려해 ‘부처님’이란 말을 최대한 안 쓰려 하셨다. 먼저 묵언(默言)과 차수(叉手). 말과 손은 상대방과 내 자신을 다치게 할 수 있다. 그래서 말을 아끼고, 손을 가지런히 모으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정돈하고 다스리는데 도움이 된다. 하심(下心). 마음을 내려놓아라. 자기 자신을 낮추고, 욕심과 분노를 차분히 내려놓으면 마음에 평온이 찾아온다. 안행(雁行). 기러기처럼 가라. 단독 행동 없이 우두머리(노조 집행부)를 믿고 단일 대오로 굳건히 나아가라. 적념(寂念). 몸과 마음의 흔들림 없이 고요하게 생각을 거듭하라. 고요한 생각이 반복되고 쌓이면 내 속의 번뇌가 저절로 벗어진다.

참선과 명상이 머리를 맑게 비워주었다면, 108배는 몸과 마음의 갈라진 틈을 정갈하게 메워주었다. MBC 노조의 승리를 염원하는 108배. 절을 한 번 할 때마다 공정방송과 언론의 자유를 간절히 되뇌었다. 호흡이 흐트러지고 다리 힘이 풀릴 때 함께 108배를 하는 동료들의 모습을 보면 힘이 났다. 급할 것도 없었고, 조바심 낼 것도 없었다. 한 배, 한 배 횟수가 늘어날수록 몸은 곧아지고, 마음은 오롯이 단단해졌다. 

다시 ‘지혜’와 ‘하나 된 마음’으로

1박2일, 짧은 시간이었다. 집에 돌아오니 피곤이 몰려왔다. 휴식을 취하고 온 것 같진 않았다. 다만 마음의 무게가 가벼워졌다. 분노와 미움을 덜어낸 자리에 편안함이 남았고, 단단해진 마음에는 자신감이 붙었다. 이제 170일. 힘들었지만 잘 싸워 왔다. 그리고 이제 더 힘든 싸움을 눈앞에 두고 있다. 8월에 사장이 물러난다 해도 공정방송을 위해 앞으로 더 고된 싸움을 해야 할지 모른다. 분노보다는 지혜로, 좌절보다는 하나 된 마음으로 싸워나간다면 반드시 우리 손으로 승리를 쟁취할 수 있을 것이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그런 확신이 든다. 아주 강하게 말이다.

by MBC노동조합 2012.07.17 09:18

KBS 시사기획 창 '노동자의 삶'

김재철은 KBS의 ‘MBC 사태’ 보도에 떨고 있다 

MBC 노동조합 등 언론사의 파업 뿐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집중 조명했던 KBS <시사기획 창- 2012 노동자의 삶> 방송에 대해 김재철의 MBC가 정정보도와 1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조정신청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냈다. 김재철측은 이 프로그램이 일방적으로 MBC 노조의 입장을 옹호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 9조 공정성 의무 조항을 위반했다는 사리에 맞지 않는 이유를 들이대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도 신청했다. 

김재철측의 억지 주장과 달리 KBS <시사기획 창>은 프로그램 제작과정에서 MBC 파업에 대한 사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공식 인터뷰 요청을 하는 등 김재철 측의 반론을 청취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김재철측이 이를 거절한 것으로 드러나 정정보도 청구는 KBS의 MBC 파업 관련 보도에 대한 유치한 분풀이로 보인다. 또 <추적 60분> 등 현재 MBC 파업 사태를 취재 중인 다른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영향을 미치려는 불순한 의도도 엿보인다. 

KBS 보도, ‘김재철 용도폐기’ 상징

KBS가 김재철 측에 비판적인 시각의 프로그램을 줄줄이 제작하고 정규 뉴스시간에 MBC 파업 관련 소식을 심심찮게 보도하는 현실은 김재철씨가 이미 ‘공식적으로’ 용도 폐기된 처지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읽혀진다. 김재철씨가 특정 법무법인에 회사 돈을 쏟아 부으면서 살아남으려는 마지막 발버둥을 치고 있지만 김씨와 그 추종세력들은 MBC는 물론 한국 방송계 전체에서 완전히 청산될 운명을 피할 수 없다.   

by MBC노동조합 2012.07.17 09:14

지난주 목요일, 참 행복한 하루였지요. 입사 20년차 이상의 우리 MBC ‘오라누이’들…. 노래패 ‘노래사랑’이 우리들을 위해 특별 공연을 해주었습니다. 후배들은 우리들을 사랑한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피켓 시위를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행주산성으로 소풍을 갔습니다. 파업 기간 우리는 많이 친해졌지요. 안성일 선배는 우리 모두를 사랑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함윤수 선배는 퇴직 후에도 만남을 이어가자고 제안하셨습니다. 식사 후에는 족구 대회가 열렸죠. 오십 넘은 사내들이 아이처럼 떠들며 공을 찼습니다. 정찬형 선배, 신들린 듯 온몸을 던지는 투혼을 보여주셨죠. 먼 훗날에도 이 시절이 참 그리울 것 같습니다. 

머리 희끗희끗한 우리들의 농성은 과거의 어느 파업에서도 볼 수 없던 진풍경이었습니다. 우리들은 찬란한 젊은 시절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25년 전, 군부독재에 맞서 “권력의 손에서 국민의 품으로!” 외치며 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방송인이 무슨 노조냐, 월급 더 받겠다는 거냐?”는 물음에 우리는 당당히 대답했지요. “공정방송이 우리의 가장 중요한 근로조건입니다!” 우리는 20년 전, 구속을 두려워 않고 50일 파업을 벌여 노동조합을 부활시켰습니다. 뜨거운 단결로 안성일, 김평호 두 해고동지를 살려 놓았고 민주방송의 제도를 되찾았습니다. 

승리 확신 심어준 ‘오라누이’ 농성

올해, 불통 정권이 방송을 장악한 현실에 맞서 후배들이 떨쳐 일어났습니다. 구호는 25년 전과 똑같이 “권력의 손에서 국민의 품으로”였습니다. “공정방송이 우리의 근로조건”이라고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했습니다. 참으로 험난한 민주방송의 길이지요. 그러나 우리들의 농성은 후배들에게 승리의 확신을 심어주었습니다. 

우리들은 오늘날 MBC의 자유롭고 책임 있는 조직문화를 만든 주역입니다. 평생 가꿔 온 자랑스런 MBC의 민주주의 전통이 한 줌도 안 되는 저들 때문에 망가지는 것을 좌시할 수 없어서 우리는 일어섰습니다. 저들은 “MBC의 유전자를 바꿔버리겠다”는 무지막지한 얘기를 했다지요. 우리 ‘오라누이’가 바로 MBC의 유전자입니다. 우리 한명 한명이 바로 MBC입니다. 우리가 살아있는 한 패배할 수 없는 투쟁입니다. 

‘오라누이’ 대열의 조합원들은 모두 자기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입니다. 30년 안팎 올곧은 저널리즘을 보여 준 MBC의 자랑스런 기자들이 모두 계셨습니다. 탐사저널리즘의 대표 PD들이 다 모여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민요 전문가도 있고, 라디오의 히트 프로그램을 도맡아 기획한 천재 PD도 있었습니다. 거의 다 보직 부장과 국장을 역임했고, 심지어 본부장을 지낸 분도 계셨습니다. 저 또한 현대사 진상규명에 일조했고 클래식 음악 다큐로 조금은 인정받은 PD라고 자부합니다. 

무자격자들이 자행한 징계폭거

그런데, 자격 없는 이들이 우리를 징계·해고하고 대기발령하더군요. 그런들 우리가 꿈쩍이나 하겠습니까? 87년 노조 결성, 92년 파업…. 그 초심을 잃지 않은 우리들입니다. 시대가 바뀌었다고, 회사 직위가 올라갔다고 태도를 바꾼 사람들은 우리들을 ‘바보’라 하겠지요. 그러나 인생의 가장 소중한 가치, 방송인의 진정한 자존심은 바뀌지 않는 것입니다. 경륜이 쌓이면서 진실과 허위, 민주와 반민주를 판단하는 분별력이 더 또렷해진 우리들입니다. 우리들의 단순한 진실은 저쪽에 붙어 있는 자들의 어떠한 궤변보다도 강한 것입니다. 

동지와의 재회는 파업이 준 선물

상황에 따라 우리의 정치적 입장이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확신하기에 우리는 전혀 초조하지 않았습니다. 선배랍시고 노조 집행부를 가르치려 하지 않았고, 집행부가 도움을 청할 때 담담히 실행할 뿐이었습니다. 생각건대, 예기치 못한 이번 파업 덕분에 우리가 매일 모일 수 있었던 것은 참 좋은 일이었습니다. 고통스런 파업이었지만 우리들의 만남은 이번 파업이 준 뜻밖의 선물이요, 축복이었습니다. 이번 파업 기간의 만남이 많이 그리울 것 같습니다. 

피 토하는 마음 억누른 침묵의 피켓 시위

아무 말 없이 피켓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은 얼핏 무기력해 보일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침묵은 피를 토하는 마음을 꾹 억누른 침묵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은 이겼습니다. 징계, 해고, 대기발령 등 저들의 도발은 웅변보다 강한 우리들의 침묵 앞에서 물거품에 불과합니다. 이제 퇴직할 때까지, 후배들과 힘을 합쳐 MBC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이 남았군요. MBC를 떠날 때 맘 편할 수 있도록, 우리의 남은 힘을 보태야만 합니다. 그리고 전문가로서 마지막 열정을 불태워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겠죠. 

‘오라누이’란 이름, 정말 아무렇게나 붙인 시시한 이름입니다. 하지만, 민주방송을 위해 평생을 바친 우리들이기에 굳이 멋진 이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by MBC노동조합 2012.07.17 09:08
  • captin 2012.07.17 09:17 ADDR EDIT/DEL REPLY

    파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나요?
    재철이 목은 날아갔나요?
    시원한 결론은 언제 볼 수 있을지, 기다림이 길지 않으면 좋겠어요

호텔에서 나오는 김재철

살다 보면 누구나 복잡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 않을 때가 가끔은 있게 마련이다. 그럴 때 어떤 이들은 곧잘 가명(假名)을 쓴다. 대부분 죄를 짓고 수사당국에 쫓기거나, 어떤 필요 때문인지 남몰래 은밀한 행각을 벌여야 하는 사람들이 종종 가명 뒤에 자신을 숨기는 데 익숙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비리 백화점’ 김재철 사장은 왜 그토록 ‘김훈’이 되고 싶어 했을까. 김 사장은 지난 2010년 6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강원도와 대구, 울산, 진주, 창원, 인천 등지의 호텔에 투숙하면서 여러 차례 ‘김훈’이라는 가명을 썼다. 일부는 ‘충북MBC 국장’이라는 직함을 붙이기도 했다. 숙박계 연락처에는 2개의 차명폰 전화번호를 바꿔가며 남기는 치밀함도 잊지 않았다. 드러나지 않은 ‘김훈의 흔적’이 어디에 얼마나 더 있을지는 김 사장 본인만 알고 있을 것이다. 

“사장이 직접 예약? 그런 일 없어”

MBC 사장 업무를 수행하는 데 가명은 과연 필요한 것일까. 김 사장 취임 이전 전임 사장들 시절 비서실 근무를 했던 인사들은 한 목소리로 “웃기는 얘기”라고 일축하고 있다.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A씨는 “숙박업소나 음식점 등 외부 일정은 거의 사장 실명으로 비서실 말단 직원이 예약을 한다”며 “사장이 예약을 직접 하면서, 그것도 가명을 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예전 비서실 근무자인 B씨는 “물론 외부 인사를 비공식적으로 접촉하거나, 보안을 요하는 회사 업무를 하기 위해 이른바 ‘회사 밖 모처’에서 일을 보는 경우가 극히 예외적이긴 하지만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어떤 경우든 최소한의 회사 실무진과 비서실 핵심 관계자들은 사장의 동선을 파악하고 있었으며, 따라서 가명을 사용한다는 건, 불가능을 넘어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가명 사용? 상상도 못할 일”

회사 측이나 김 사장은 아직 가명 사용을 쓴 이유에 대해 ‘꿀 먹은 벙어리’로 일관하고 있다. 의혹투성이인 법인카드 사용처럼 ‘경영 행위의 일환’이었다는 뻔뻔하고 어처구니없는 변명을 늘어놓고 싶었을 법 하지만 별다른 핑계거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가명을 쓴다’는 행위 자체가 ‘도덕적 흠결’에 대한 의혹과 직결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통념임을 김재철 일당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토록 공영방송 MBC 대표이사의 직함이 자신에게 부끄러웠다면 김훈, 아니 김재철 사장은 지금이라도 그 자리에서 속히 내려오면 된다. 그럼 조합은 김 사장이 하늘의 별처럼 많은 숫자의 가명(假名)을 쓰며 여생을 보내더라도 간섭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

by MBC노동조합 2012.07.1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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