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유 제시 못해, 작가들 연대 분노 확산

정권과 김재철의 뜻을 받들어 ‘<PD수첩> 작가 대학살’을 실행에 옮긴 하수인이 뒤늦게 입을 열었다. 김현종 시사제작국장은 어제(1일) 인트라넷에 글을 올려 작가 전원 축출의 이유를 밝혔다. 내용은 충격적이다. 그의 글을 접한 작가들은 그 어느 때보다 분노하고 있다. 방송작가협회의 반응도 심상치 않다.

김현종의 궤변과 뻔뻔한 사실왜곡

김현종 국장이 밝힌 작가 해고 사유는 간단명료했다. <PD수첩> 작가들이 ‘불편부당성과 중립성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PD수첩>은 물론이고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작가들에게 ‘불평부당성’과 ‘중립성’은 반드시 갖춰야할 조건이다. 만약 <PD수첩> 작가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또는 프로그램 제작과정에서 불편부당성과 중립성의 원칙을 무시했다면 그것은 변명할 수 없는 치명적인 문제다.

작가는 프로그램 원고로 말한다. 김현종 국장의 주장대로 <PD수첩> 작가들이 불편부당성과 중립성을 무시했다면, 그 무시의 흔적은 반드시 프로그램에 남아있을 것이다.

김현종 국장은 <PD수첩> 작가들이 ‘불편부당성과 중립성을 무시’했다며 친절히 한 가지 사례를 제시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사례는 방송 프로그램과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PD수첩> 작가 전원 축출’이라는 전대미문의 조치가 최소한의 설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시청자들께 방송된 <PD수첩> 프로그램에서 불편부당성과 중립성이 무시된 사례를 찾고, 그 과정에서 이번에 해고된 <PD수첩> 작가들이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면밀하게 조사하고 따져야할 것이다.

그런데 김현종 국장이 밝힌 해고 사유는 엉성하기 짝이 없다. <PD수첩> 작가들이 MBC 파업을 지지했다는 것이 이유다. 덧붙여 김현종 국장은 작가들이 ‘노조 측에 가담하여 회사측을 상대로 싸움을 했다’고 주장했다.

<PD수첩> 정재홍 작가

정재홍 작가 “사실 왜곡으로 해고 합리화”

자신이 MBC 파업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는 소식을 접한 정재홍 작가는 “작가들은 파업을 지지하는 성명을 냈을 뿐, 노조에 가담해 회사를 상대로 싸웠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가 지지한 것은 공정방송 회복이라는 가치”라고 말했다. 실제로 작가들이 MBC 파업에 ‘가담’한 적이 없다는 것은 MBC 경영진은 물론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김현종 국장은 명명백백한 사실마저 왜곡하며 작가 해고 사태를 합리화하려 하고 있다.

김현종 국장은 사내 인트라넷에 <PD수첩> 작가 해고 사유를 밝힌 궤변을 게시한 뒤인 어제(1일) 오후 사태 수습을 위해 <PD수첩> PD들이 요청한 면담마저도 거부해 쏟아지는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무더기 작가 해고 결정을 고수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방송작가협, 김재철에 면담 공식 신청

<PD수첩> 작가 대학살 사태가 드라마, 예능 등 전 장르를 포괄한 방송작가들의 분노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어제(1일) 방송작가협회는 김재철 사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방송작가협회는 이미 내일로 다가온 이번 주 금요일 3일을 시한으로 정해 김재철의 회신을 요구한 상태다. 면담이 성사되지 않고 <PD수첩> 작가 원상 복귀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방송작가협회는 MBC를 상대로 ‘최고수위 투쟁’에 돌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김재철이 나흘간의 돌연한 휴가 일정을 마치고 회사에 복귀하는 내일이 이번 <PD수첩> 작가 해고 사태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종은 방송작가‘최고수위 투쟁’불쏘시개?

긴박한 시간이 흐르고 있는 가운데 발표된 김현종 국장의 작가 해고 사유는 방송작가협회를 크게 자극했다. 김옥영 한국방송작가협회 전임이사장은 “파업 지지 성명에 참여한 것이 해고의 이유가 된다면, 거기에 참여한 다른 작가들도 다 자르겠다는 말인가?”라며 “김현종 국장 스스로 ‘정치적인 해고’를 인정했다”고 말했다. 한국 방송 사상 초유가 될 방송작가협회의 ‘최고수위 투쟁’을 현실화하는데 김현종 국장이 지렛대와 불쏘시개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모양새다. <PD수첩> 작가 해고 사태는 전 장르를 망라한 방송 작가들이 일제히 강고한 연대의사를 표명한 방송사상 초유의 일대사건으로 비화돼 이제 김재철이 근본적 책임을 져야할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by MBC노동조합 2012.08.06 0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