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변호사 ‘공개서한’으로 원점 재검토 불가피

김재철의 법인카드 부정사용 의혹에 대한 회사의 감사가 전형적인 봐주기, 면죄부 감사로 종결됐다. 관련 의혹들을 제대로 짚어내고 진상을 밝혀내는 대신 김재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숱한 의혹들을 털어준 사측의 감사 보고서는 일주일 전인 지난달 26일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에 공식 보고됐다.

기본도 지키지 못한 엉터리 감사

김재철 측이 대외비로 분류해 방문진 이사들에게 배포한 감사보고서를 입수해 분석 검토한 결과 사측의 감사는 공공기관의 감사 활동이 마땅히 지켜야할 기본 수칙조차 지키지 못한 엉터리 부실 감사로 확인됐다. 김재철이 법인카드로 선물을 샀다고 주장한다면 실제로 선물을 받은 수령자가 누구인지, 또 수령자와의 업무 연관성은 무엇이며 선물을 구입하기까지 의사 결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가 6하 원칙에 따라 규명돼야 하는데 이런 기본적 사실들조차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때문이다.

회사 스스로도 부실 감사임을 실토

회사 측도 이런 부실 덩어리 감사 결과가 마음에 걸렸던지 개인 정보보호법을 근거로 내세운 호텔 등 거래처의 협조 거부와 김재철이 해외에서 사용한 법인카드 내역을 확인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점이 감사의 한계였다고 보고서에 적시했다. 법인카드 부정사용 의혹에 대한 감사가 미흡하고 부실했음을 스스로 실토한 부분이다. 김재철을 감싸고 비호해온 김재우 방문진 이사장조차도 국회에 불려나간 자리에서는 ‘미완의 감사 보고서’임을 인정할 정도로 감사 결과는 부실 그 자체였다.

“휴일 호텔 숙박은 스타일” 궤변까지

그런데도 감사보고서는 후반부 결론 부분에서 김재철의 일방적 변명을 그대로 전재하다시피 하면서 법인카드 부정사용 의혹에 대해 면죄부를 발행했다. 김재철이 석연치 않은 명목으로 휴일에 법인카드를 호텔에서 집중 사용함으로써 ‘숙박왕’이란 오명까지 얻은 데 대해 회사의 감사보고서는 “휴일에 집에서 일을 하기가 적절치 않기 때문이며 사장의 업무스타일에서 기인하는 것”이라는 황당한 이유와 궤변까지 동원해 김재철을 비호했다.

김재철 변명과 거짓말을 감사보고서로 포장

더 나아가 감사보고서는 아예 김재철을 둘러싼 모든 의혹들을 말끔히 정리해주려고 작심한 듯 법인카드 부정사용 외에도 무용가 J씨에 대한 특혜 의혹과 비자금 조성, 가명과 차명 폰 사용 의혹 등에 대해서도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사실을 밝히고 확인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대신 그동안 김재철과 가 내뱉은 일방적 변명들을 앵무새처럼 그대로 옮기는 것으로 감사의 결론부분을 장식했다. 무려 넉 달에 걸친 감사 결과로 보기엔 그야말로 한심하기 짝이 없는 수준일 뿐더러 ‘김재철의 변명’을 감사 보고서로 포장한데 불과하다고 해도 아무런 할 말이 없을 ‘불량 감사’였다.

더 큰 문제는 김재철이 이 불량 감사를 근거로 마치 자신의 배임 행각에 대한 최종 판정이 나온 것처럼 대대적인 물 타기를 시도하고 나선 점이다. 김재철은 사흘 전 어느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법인카드 부정사용 의혹을 묻는 질문에 “내가 혹독하게 검증을 당했다. (하지만) MBC 감사국의 감사결과 문제없다고 밝혔고 방문진에서도 인정했다”면서 김재철 특유의 후안무치한 태도로 일관했다.

판도라 상자 막 열린 법인카드 의혹

조합은 김재철이 자신의 거짓말과 얼토당토않은 변명을 그대로 읊은 감사 보고서를 근거로 배임 혐의와 중대한 비리들을 부인하고 호도하는 행태를 결코 좌시할 수 없다. 김재철의 법인카드 부정사용 의혹은 아직도 수면 위로 빙산의 일각만이 드러난 상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법인카드 부정사용은 무용가 J씨에 대한 특혜 의혹은 물론 최근 드러난 김재철의 반인륜적 행각과도 직결돼 있는 판도라의 상자이다. 그 판도라의 상자는 지난주 남편 W 변호사의 ‘문방위 공개서한’을 계기로 이제 서야 그 서막을 열기 시작한 상황이다.

조합은 이런 점들을 근거로 방문진에 보고된 회사의 감사결과 보고서는 원천 무효임을 단호하고 분명하게 선언한다. 김재철의 법인카드 부정사용 의혹에 대한 감사결과는 절차적인 측면은 물론 실체적으로도 중대한 하자로 점철돼 있다.

소명 못하면 부정사용 인정으로 간주해야

첫째, 문제의 감사결과 보고서는 유사한 사례와 의혹을 다룬 MBC의 그동안 감사와 사후 처리 관행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프로그램 제작과 회사의 일선 업무에서 MBC의 모든 임직원들은 자신이 지출한 경비가 회사 업무와 관련해 누구에게 무슨 명목으로 지출됐는지 관련 증빙을 구비해 회사에 소명해야할 의무를 갖고 있다. 김재철처럼 법인카드 지출과 관련해 어디에 쓴 것인지를 제대로 소명하지 못한다면 본인이 착복한 것으로 간주해 문책해온 것이 MBC의 관행이다. 법인카드 사용과 관련해 김재철과 비슷한 잘못을 저질렀다가 중징계를 받은 선례들도 엄연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김재철에 대해서만큼은 이러한 관행을 적용하지 않았다면 이번 감사보고서 작성의 근저에는 김재철을 봐주기 위한 불순한 의도가 자리 잡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감사보고서 개입, 왜곡한 책임자 밝혀야

둘째, 김재철은 법인카드를 어디에 썼는지 소명하라는 감사 담당자들의 요구에 대해 대부분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모른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부정 사용한 법인카드 결제 내역을 숨기려는 거짓말일 가능성이 농후한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감사보고서는 김재철의 변명이 마치 진실인 것처럼 법인카드 부정사용에 대해 면죄부를 발행하는 어처구니없는 결론을 내렸다. 회사의 감사보고서 일부에서마저 김재철의 불투명하고 독단적인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지적하고 업무 개선을 촉구한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감사의 결론은 김재철의 법인카드 부정사용을 확인하는 것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누군가가 개입해 감사보고서의 결론을 강요하거나 왜곡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할 정도로 감사 보고서는 흐름이 매끄럽지 못할 뿐더러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W 변호사 공개서한으로 중대한 사정변경

셋째, 남편 W 변호사의 ‘문방위 공개서한’으로 감사 결과를 원점에서부터 검토해야 할 중대한 사정변경의 사유가 발생했다. 김재철의 변명에 근거해 법인카드 지출의 대상으로 감사보고서에 수없이 등장한 일본의 기획사 대표, 대북 사업관계자, 사업 파트너가 과연 누구인지 보다 정밀하고 분명하게 김재철의 답변을 받아야할 필요성이 추가로 생긴 것이다. 김재철과 무용가 J씨와의 관계가 단순한 국악애호가와 지인 사이가 아닐 가능성이 확연해진 만큼 법인카드를 쓴 대상을 김재철이 명확히 밝히지 못한다면 진상을 은폐하려는 것으로 밖에는 달리 해석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회사의 어느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진행한 대북사업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김재철 스스로가 앞으로도 제대로 소명하지 못할 경우 마땅히 사적이고 개인적 용도에 법인카드를 쓴 부정사용으로 간주해 단죄돼야 한다.

부실감사 총지휘 임진택은 책임져야

조합은 이런 엉터리 감사결과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책임자들을 강력하게 규탄한다. 특히 법인카드 부정사용 의혹을 총지휘한 총 책임자였던 임진택 감사에 대해서는 더 이상 MBC에 머무를 자격이 없음을 분명히 선언한다. 감사의 고유 업무를 헌신짝처럼 내던진 채 비리 의혹을 감싸고돌기만 하는 인물이 회사의 녹을 받으면서 감사직을 계속 유지하는 것 자체가 중대한 배임이고 직무유기일 수 있기 때문이다.

끊이지 않고 포착되는 부정사용의 흔적

지난 2월 처음 제기된 김재철의 법인카드 부정사용 의혹은 그로부터 다섯 달이 지난 오늘까지도 해소가 되고 정리가 되는 방향으로 흐름이 잡히는 대신 속속 또 다른 부정사용의 징후가 포착되고 발견되면서 새로운 의혹을 끊임없이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김재철이 곳곳에 남겨놓은 부정사용의 흔적들은 엉터리와 부실로 점철된 감사보고서 달랑 하나만으로 결코 지워질 수 없다. 김재철은 진실을 영원히 묻어둘 수 없다는 점을 지금이라도 명심하고 법인카드 부정사용에 대해 엄중한 법적,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

by MBC노동조합 2012.08.06 0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