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778명, <PD수첩> 대체작가 거부 선언


그로테스크한 장미란 구조물 앞에서 생경한 풍경이 펼쳐졌다.

무리지어 있는 것을 좀처럼 보기 어려운 작가들이 한 데 모였다. 그것도 방송이 아닌 기자회견을 위해… 어떤 이는 ‘밥벌이의 엄숙함’을 위해, 다른 이는 ‘공정방송’을 위해 그리고 또 다른 누구는 우리 사회의 ‘정의’를 위해 나왔다고 했다.

표현은 다양했지만 표적은 하나였다. 작가들이 쏜 말의 화살은 김재철과 그 하수인들을 정조준했다. 염천(炎天)의 더위에도 한기(寒氣)가 느껴졌다.

시사교양작가 778명, <PD수첩> 보이콧 결의

어제(30일) 오전 11시 여의도 MBC 사옥 앞에서 ‘<PD수첩> 작가 전원 해고 사태에 대한 규탄 및 대체 작가 거부 결의대회’가 열렸다. 방송 4사(MBC, KBS, SBS, EBS) 및 외주제작사의 시사교양 작가 100여명은 ‘부당 해고’에 맞서 끝까지 물러서지 않을 것을 선언했다. 한 시간 반 가까이 진행된 결의대회에는 무려 778명의 시사교양작가가 동참한 ‘<PD수첩> 대체 작가 거부’ 성명도 발표됐다.

최미혜 KBS구성작가협의회 회장은 “(778명은) 방송 4사는 물론 외주사, 케이블방송 심지어 지방사까지 자발적으로 참여한 경이적인 숫자”라며 “더 이상 옳지 않은 일 앞에 침묵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평가했다.

김옥영 전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은 “방송작가들은 경영주 1명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과 사회를 위해 일한다”며 “공동의 가치를 위해서 일하는 것이 작가의 명예”라고 ‘대체 작가 거부’의 대의를 지지했다.

<PD수첩> 작가 해고, 언론탄압의 절정

방송작가들이 최초로 기명 성명을 낸 것은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편을 제작했던 김은희 작가가 검찰에 체포됐을 때였으며, 규모가 가장 큰 이번은 통산 세 번째다. 역사상 3번밖에 없었던 작가들의 성명서 중 2번이 <PD수첩>을 위해서였다는 것은, MB정권에서 <PD수첩>이 얼마나 모진 시간을 겪어야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아직도 정식 해고 통보를 받지 못했다는 정재홍 작가는 “김재철 사장, 윤길용 시교국장 체제가 되면서 <PD수첩>이 망가지기 시작했다”고 증언하며 “4대강 공사장에서 인부들이 줄줄이 죽어나갔을 때 김철진 전 팀장은 ‘18명이 뭐가 많이 죽었다고 방송하냐?’, ‘노동자들이 한 눈 팔다 죽었겠지’ 등 상식이하의 발언으로 3번이나 취재를 저지했다”고 아이템 검열을 폭로했다.

정 작가는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않은 집단해고에 대해 “파업이 끝나면 바로 <PD수첩>을 정상화할 수 있게 5개월을 계속 기다렸다”고 밝히며 “어떻게 사기업도 아닌 공영방송 MBC에서, 약자를 살펴온 <PD수첩>에서 이럴 수가 있냐”며 분노했다.

확산되는 분노, 김재철에게 부메랑으로

결의대회에는 황대준 한국PD연합회장, 신태섭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 등 다양한 단체의 대표들도 참석해 <PD수첩> 작가 해고 문제가 여론의 뜨거운 이슈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드라마작가들의 지지 발언이 줄을 잇고 라디오작가, 예능작가들의 참여 문의도 쇄도하고 있어 작가들의 反 김재철 전선은 이미 대한민국 방송작가 전체 차원으로 확전된 양상이다.

김재철, 방송작가 전체 역린 건드렸다

드라마 작가들도 해고 <PD수첩> 작가에 연대 메시지

대한민국 최고의 드라마작가들이 사측을 비판하고, <PD수첩> 작가들을 지지하는 연대의 발언을 보내왔다. 작가들의 면면과 발언을 살펴보면, 김재철이 MBC를 떠나기 전엔 드라마제작이 불가능할 지경이다. (지면관계상 일단 일부 작가들의 의견만 게재한다)

* 송지나 (<모래시계><카이스트><태왕사신기><신의>)

“방송작가는 어두운 벌판에서 임금님 귀의 진실을 외치는 자들입니다. 망나니와 그 졸개들의 칼춤도 똑바로 보고 기록하여 외칠 것입니다. 울지 마세요. 함께 있겠습니다.”

* 진수완 (<경성스캔들><해를 품은 달>)

“그 동안 당신들이 힘겹게 지켜온 용기와 작가적 양심을 지지합니다. 힘내십시오!”

* 김영현 (<대장금><선덕여왕><뿌리 깊은 나무>)

“그동안 PD수첩 작가들이 보여준 작가정신에 경의를 표하며, 그분들의 행동에 지지를 보냅니다. 또한 그나마의 계약도 무시하고, 최소한의 동료의식도 내팽개친 MBC의 이번 행태는 전 방송작가들의 연대를 불러오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기 바랍니다.”

* 노희경 (<꽃보다 아름다워><굿바이 솔로><그들이 사는 세상>)

“해고된 작가들은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래야 지나간 MBC의 명성이 다시 돌아옵니다. 우리는 작가라서 작금의 치졸을 글로 써버리면 그뿐이지만, 방송의 공영성은 시대의 정신은 이대로 흘러선 안 됩니다. 방송인과 작가들은 오늘 이 사태를 또렷이 기억할겁니다. 그리고 나의 동료들, 해고된 작가들이 제자리로 돌아갈 때까지, 길고 긴 투쟁이 되더라도 기꺼이 동참할 것입니다”

* 최완규 (<허준><올인><마이더스><빛과 그림자>)

“또 한 번 상식이 무너지는 사태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저들의 비상식적인 폭거에 크게 분노합니다. 여러분들의 투쟁이 승리하여 잃어버린 공정방송과 무너진 상식이 제자리를 찾기를 기원하며 투쟁을 지지합니다.”

* 장항준 (<라이터를 켜라><위기일발 풍년빌라><싸인>)

“김재철 사장님! 아무리 생각해봐도 MBC에서 해고되어야 할 사람은 오직 당신뿐입니다.”


by MBC노동조합 2012.07.31 11:34